르노의 블로그
by 르노 이글루스 피플
208. 눈부신 날에
박광수 감독 / 박신양, 서신애, 예지원 주연
(2007. 6)


준이가 아빠의 눈이 되주고싶대요. 준이보면 우리 윤아생각나요. 윤아도 신경교정으로 죽었거든요. 준이의 마지막 소원이에요. 준이 세상에 남게 해줘요. 부탁이에요. 


-  스포일러 있습니다 


<좋지 아니한가>가 가족이라는 테마 안에서 구성원 한명 한명의 독특한 캐릭터로 전혀 새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영화라면, <눈부신 날에>는 가족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가장 전형적인 방식으로 이야기한 다음, 이 모든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는 뿌리를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영화다. 이것은 흡사 <밀양>의 유괴범이 '하느님의 용서' 운운 하는 것처럼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충격적인 질문을 던지는 방식이고, 종대(박신양)와 준이(서신애)가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그 믿음이 사실은 진짜가 아니라는 선언을 통해 `가족'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 그 순간 '가족'은 '신앙'과 똑같은 의미와 무게로 떠오른다.


내게는 이 질문의 방식이 불편했다. <눈부신 날에>는 오직 이 질문을 하기 위해 100분을 끌어왔고, 그 100분을 부정함으로써 질문이 시작된다. 마치 신파에 빠진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사실은 이걸 보여주기 위해서였어라고 변명하듯이. 그러나 이것은 윤리적인 방식이 아니다. 당사자인 종대와 준이는 끝내 진실을 모른채 영화가 끝나기 때문이다. <밀양>의 신애가 절망 속에서 처절하게 싸우듯이, 나는 종대와 준이도 그 사실을 알고 고통 속에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에 서로를 받아 들이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적어도 작품 안에도 처절한 고민의 흔적이 담겨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눈부신 날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것이 박광수 감독이 오랜 시간 쉬면서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방편으로 찾은 것이라면, 번지수 없는 종대의 집처럼 잘못 짚은 것이다.  
   


spectator's cut
박신양의 연기로 봐서는 <쩐의 전쟁>이 꼭 <눈부신 날에>의 속편 같다.
by 르노 | 2007/06/21 19:19 | 영화 일기 (한국)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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