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익숙하지만 낯선이야기 입니다. 할머니를 문병 갔던 빨간모자가 늑대에게 잡혀 먹힌 '그림형제'의 동화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어 우리 앞에 도착했습니다. 늑대의 뱃속에서 빨간 모자를 꺼내주었던 사냥꾼 대신 도끼맨과 수사반장이 등장하고, 늑대는 특종 전문 기자가 되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빨간 모자는 왜 할머니 밑에서 일하는가?"
빨간모자 이야기는 중세 유럽의 구전동화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소녀가 빵과 와인이 든 바구니를 들고 다니다가 늑대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내용이었죠. 중세의 유럽은 처녀의 순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 구전 동화는 빨간 모자가 비극적 최후를 맞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유럽에 전해져 오던 민담들을 동화의 틀에 담아낸 사람은 프랑스의 문필가 샤를 페로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장화 신은 고양이'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도 샤를 페로에 의해 다시 쓰여진 것입니다. 샤를 페로의 의해 쓰여진 '빨간 모자' 이야기에는 기존의 과격한 장면들이 사라집니다. 대신 엄마의 충고를 따르지 않고 빨간 모자가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점을 강조합니다.
'빨간 모자' 이야기가 지금의 이야기 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독일의 동화작가인 그림형제를 만나면서 부터입니다. 소녀를 구해주는 사냥꾼이 등장하고 늑대가 뱃속에 돌을 가득 채운채 물 속에 던져지는 결말은 그림형제에 의해 추가된 것이었죠.
이처럼 이야기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기도 합니다. 그러한 변화에는 시대상이 반영되기 마련이죠.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빨간모자의 비밀'은 시종일관 질문을 던집니다. "누가 요리책을 훔쳐갔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빨간모자, 늑대, 할머니, 도끼맨에 의해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구성됩니다. 수백년 전에 시작된 동화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은 채로 우리들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이 강원 2006. 4)